고급車업계 "손 커진 시니어 고객 잡아라"

2020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233만명충성고객 잡기 위한 서비스·마케팅 '준비중'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3년 전 은퇴한 전직 대기업 임원 김모씨(66세·서울 송파)는 지난해 말 2인승 스포츠카 포르쉐 911을 샀다. “이제 애들도 다 키웠고 (부인) 허락도 받았으니…” 그가 포르쉐를 산 이유다. 은퇴 전처럼 탈 일이 많지 않지만 매일 세차하며 애지중지한다. 가끔 아무 일 없어도 드라이브를 즐긴다.

50~90대 시니어 세대가 자동차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운전면허소지자는 2001년 36만 명에서 2012년 145만 명으로 4배 늘었고 2020년엔 233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담 던 베이비 붐 세대 ‘이제는 즐기자’

단순히 시니어 운전자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50대 전후의 베이비 붐 세대가 곧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등 사회적 부담에서 해방된다. 1955~1963년생을 뜻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3%에 달하는 713만 명에 달해 국내 경제활동에서도 줄곧 ‘큰 손’으로 군림해 왔다. 이들이 가족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소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산차는 애국, 고급차는 과소비’라는 전통관념도 사라지고 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1940년대 후반 태어난 베이비붐(시니어) 세대가 전체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

국내에서도 수입 고급차를 사는 시니어 세대가 차츰 늘고 있다. 60대 이상의 수입차 개인구매 대수는 2003년 1325명에서 지난해 8123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4947명으로 연간 1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포르쉐 같은 고급 브랜드에서 시니어 세대의 부각은 더 두드러진다. 올 1~6월 포르쉐 구매자 285명의 평균 구매 나이는 약 47.3세였다. 60대 이상이 12%, 50대 이상이 39%였다. 젊은 스포츠카지만 실제론 구매 여력이 있고, 젊어 보이고 싶은 시니어 세대가 주 고객층인 셈이다.

손준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IT융합연구부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고 자신을 젊게 생각하려는 특징이 있다”며 “이들이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KARI 제공
◇車업계 “시니어 충성고객 잡아라” 분주

자동차 회사도 고령 사회를 맞을 채비에 나섰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실내 조작 방식을 더 크고 단순하게 만들고, 자동 비상제동장치(AEBS) 등 첨단 안전장치를 추가로 탑재하는 것도 차량 이용 방식이 단순하고 순간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를 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볼보가 터치스크린 방식의 대중화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전화번호 버튼을 고수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AEBS를 고급 차량부터 확대 적용하고 있다. AEBS는 오는 2016년부터 국내에서도 안전성 평가 성적에 반영된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늘어날 전망이다. 시니어 소비자는 구매까지는 신중하지만 일단 한 브랜드를 신뢰하면 충성 고객이 되는 성향이 있다.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회사는 단순한 안전운전 교육을 넘어 오프로드 주행이나, 서킷 레이싱 교육을 하고 있다. 참가자 중 적잖은 수가 이미 은퇴한 시니어 운전자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MW코리아는 이달 인천 영종도에 레이싱도 체험하고 여가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빙 센터를 완공했다.

전기차를 시니어 운전자와 접목하려는 모색도 나온다. 시니어 세대는 대부분 은퇴해서 고정수입이 낮으므로 유지비가 필요없는 전기차가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회사 마케팅 담당자는 “시니어 고객은 젊게 보이고 싶어하므로 ‘시니어만을 위한’ 노골적인 마케팅은 역효과”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앞으로 젊고 참신한 시니어 마케팅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MW 드라이빙 센터 전경. BMW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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